비행기 출발 몇 시간 전, 여행 앱을 열어보면 눈이 번쩍 뜨이는 가격의 항공권이 뜨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이른바 '땡처리 항공권'입니다. 항공사 입장에서 이렇게 싸게 팔면 손해 아닐까요? 왜 좀 더 기다렸다가 제값을 받으려 하지 않을까요? 사실 항공사는 이 선택을 손해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땡처리가 훨씬 합리적입니다. 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경제학 개념이 바로 고정비(Fixed Cost) 와 한계수입(Marginal Revenue) 입니다.

고정비란 무엇인가 — 손님이 한 명이든 백 명이든 나가는 돈은 같습니다
비용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변동비(Variable Cost) 는 생산량이나 판매량에 따라 함께 변하는 비용입니다. 승객 한 명이 더 탈수록 추가로 드는 기내식, 수하물 처리, 연료의 미세한 증가분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고정비(Fixed Cost) 는 생산량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나가는 비용입니다. 비행기 구입 또는 리스 비용, 정비 비용, 승무원과 조종사의 급여, 공항 이착륙 슬롯 사용료, 지상 조업 비용 등이 고정비에 해당합니다.
항공업은 고정비 비중이 매우 높은 산업입니다. 비행기가 승객을 100명 태우고 날든, 150명을 태우고 날든, 고정비는 거의 달라지지 않습니다. 비행기가 이미 활주로에 서 있고, 조종사는 이미 출근했으며, 이착륙 슬롯은 이미 예약되어 있습니다. 이 비용들은 승객 수에 상관없이 출발하는 순간 이미 확정된 지출입니다. 출발이 임박한 시점에서 고정비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됩니다.
한계수입이란 무엇인가 — 빈 좌석 하나를 채울 때 생기는 추가 수입
한계수입(Marginal Revenue) 은 한 단위를 추가로 판매했을 때 얻는 수입의 증가분입니다. 출발이 임박한 항공권의 경우, 빈 좌석 하나를 채웠을 때의 한계수입은 그 표를 판매한 금액에서 그 승객을 태우기 위해 추가로 드는 비용, 즉 한계비용을 뺀 값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정비는 이미 발생했고, 한 명을 더 태운다고 해서 추가로 드는 비용은 기내식 한 끼, 수하물 처리, 약간의 연료 증가분 정도로 매우 작습니다. 승객 한 명당 한계비용은 수천 원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빈 좌석으로 날리면 그 좌석에서 얻는 수입은 0원입니다. 반면 단 1만 원에라도 팔면 1만 원에서 한계비용을 뺀 금액이 순수 추가 수입으로 남습니다. 한계수입이 0보다 크기만 하면, 즉 판매가가 한계비용을 넘기만 하면 파는 것이 무조건 이득입니다.
여기서 경제학의 핵심 원칙이 적용됩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는 한계수입이 한계비용보다 큰 한 거래를 계속해야 합니다. 출발 직전의 항공사에게 빈 좌석 하나의 한계비용은 매우 낮고, 한계수입은 아무리 낮은 가격에 팔아도 그보다 높습니다. 따라서 땡처리로 파는 것이 빈자리로 날리는 것보다 항상 낫습니다. 이것이 항공사가 출발 전날 혹은 당일에 대폭 할인된 가격을 내놓는 경제학적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싸게 팔지 않는가 — 가격 전략의 균형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어차피 땡처리로 팔 거라면, 처음부터 싸게 팔아서 일찍 좌석을 채우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항공사의 가격 전략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항공권을 일찍 예매하는 사람과 출발 직전에 사는 사람은 다른 소비자 집단입니다. 한 달 전에 미리 예매하는 여행객은 가격에 민감하지만 일정 조율이 자유롭습니다. 반면 출발 며칠 전까지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급한 출장이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 생긴 경우로, 가격보다 좌석 확보가 우선입니다. 항공사는 이 두 집단에게 서로 다른 가격을 매겨 각 집단에서 최대한의 수입을 뽑아내는 전략을 씁니다. 이것이 앞서 다룬 가격 차별의 원리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좌석을 낮은 가격에 팔면, 높은 가격을 낼 의향이 있는 승객에게서 받을 수 있었던 수입을 포기하는 셈입니다. 반대로 비싼 가격만 고집하다가 좌석을 비워두는 것도 손해입니다. 항공사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출발까지 남은 시간, 현재 예약 상황, 해당 노선의 수요 탄력성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가격을 조정합니다. 이를 수익 관리(Revenue Management) 또는 수익 극대화 시스템이라고 하며, 항공업계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정교하게 발전시켜온 분야입니다.
결국 출발 직전에 나오는 저렴한 항공권은 항공사의 실수나 호의가 아닙니다. 이미 고정비로 확정된 비용을 감안했을 때, 빈 좌석을 그냥 날리는 것보다 낮은 가격에라도 채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경제학적 판단의 결과입니다. 한계비용만 넘기면 이득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칙이, 여행자에게 예상치 못한 가격의 표를 안겨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