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전 세계는 불과 몇 달 만에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맞이했습니다. 국경이 닫히고, 항공편이 멈추고, 수십 년간 유지되던 공급망이 흔들렸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사전에 시나리오로 상정하지 않았던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감염병의 위협 자체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토록 빠르게, 이토록 넓은 범위에서 경제 전반을 뒤흔들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처럼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이지만 일단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을 남기는 사건을 '블랙스완(Black Swan)'이라고 부릅니다.
블랙스완이라는 개념의 유래
블랙스완이라는 표현은 원래 서양에서 '불가능한 일'을 뜻하는 관용어였습니다. 유럽인들은 오랫동안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고 믿었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17세기 후반, 탐험가들이 호주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하면서 이 믿음은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아무리 오랜 경험과 관찰이 쌓여도, 단 한 번의 예외적인 사건이 기존의 모든 전제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이 역사적 사례에서 착안해 '블랙스완'이라는 개념을 경제와 리스크 이론의 언어로 정립한 사람은 레바논 출신의 통계학자이자 작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입니다. 그는 2007년 출간한 저서 《블랙스완》에서 이 개념을 체계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탈레브에 따르면 블랙스완 사건은 세 가지 특성을 가집니다. 첫째, 과거의 경험으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발생했을 때 파급 효과가 매우 큽니다. 셋째,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사람들이 그것을 예측 가능했던 것처럼 사후적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이 세 번째 특성, 즉 '사후 확신 편향'이 블랙스완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두고 "그럴 줄 알았다"고 느끼는 심리가, 다음에 올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기 때문입니다.
역사 속 블랙스완, 그 충격의 크기
경제사를 돌아보면 블랙스완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많은 전문가들이 사전에 충분히 경고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평가받습니다. 미국 주택 시장의 붕괴가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전 세계 금융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위기 이후에야 광범위하게 인식되었습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그 자체로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이후의 연쇄 반응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훨씬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21세기 들어 가장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블랙스완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0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3.1%를 기록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이었습니다. 수억 명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반도체, 원자재, 물류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팬데믹은 또한 원격 근무, 디지털 전환, 전자상거래 확산 등 기존에 진행 중이던 변화를 수년치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블랙스완 사건은 단순히 일시적인 충격에 그치지 않고, 이후의 경제 구조와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스완 이후의 세계는 블랙스완 이전과 같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블랙스완의 정의 자체가 예측 불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탈레브는 특정 블랙스완을 예측하려는 시도보다, 어떤 충격이 와도 버틸 수 있는 '강건함(robustness)'과 충격을 오히려 성장의 계기로 삼는 '반취약성(antifragility)'을 키우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합니다.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이것은 과도한 부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비상 시나리오에 대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기업들이 단일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분산하기 시작한 것, 각국 정부가 의료·방역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한 것도 이러한 방향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블랙스완의 교훈은 유효합니다. 하나의 수입원이나 하나의 자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예상치 못한 충격에 취약합니다. 비상금의 확보, 기술과 역량의 다변화,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 자제 등은 블랙스완 사건이 왔을 때 개인이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물론 이러한 준비가 모든 위기를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충격의 크기를 줄이고, 회복의 속도를 높이는 데는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블랙스완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 블랙스완이 무엇인지 맞히려는 노력보다, 어떤 형태의 충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미리 갖추는 일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비는, 예측하지 못했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