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 한 그릇이 500원, 많아야 1,000원이었습니다. 지금은 같은 짜장면 한 그릇이 7,000원에서 9,000원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옛날엔 500원이었는데!"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들은 믿지 못한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렇다면 왜 가격은 오르기만 하고, 절대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과 돈의 가치 하락이라는 경제 현상에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 돈의 가치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현상
인플레이션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건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같은 금액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1980년대에 1,000원이면 짜장면을 먹고도 거스름돈이 남았지만, 지금의 1,000원으로는 짜장면은커녕 편의점 음료수 하나도 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우선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 시중에 돈을 공급합니다. 돈의 양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돈의 희소성이 줄어들고, 같은 물건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집니다. 마치 어떤 희귀한 카드가 갑자기 대량으로 풀리면 그 카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기에 더해 임금이 오르면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생산 비용이 오르면 판매 가격도 오릅니다. 짜장면을 만드는 밀가루, 고기, 춘장 같은 재료비가 오르고, 요리사와 서빙 직원의 인건비가 오르고, 가게 임대료가 오르면 — 짜장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이 모든 요소가 맞물려 물가는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입니다.
가격은 왜 한번 오르면 내려오지 않는가 — '하방 경직성'의 원리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경기가 안 좋다고 하는데 왜 물가는 그대로야? 오히려 더 비싸졌잖아." 이를 경제학에서는 가격의 하방 경직성(Downward Price Rigidity) 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가격은 오르기는 쉬워도 내려가기는 매우 어렵다는 뜻입니다.
중국집 사장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밀가루 값이 오르고 임대료가 올라서 짜장면을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렸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밀가루 값이 조금 내렸다고 해서 가격을 다시 7,000원으로 내릴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미 직원 월급은 높아진 상태고, 손님들은 8,000원짜리 짜장면에 익숙해졌으며, 다시 내렸다가 어떤 이유로 또 올려야 할 상황이 생기면 손님들의 반발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심리적인 요인도 큽니다. 소비자는 가격이 오를 때보다 내릴 때 그 변화를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입니다. 가격을 내리면 '뭔가 품질이 떨어진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한번 낮춘 가격을 다시 올리는 것은 고객의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쉽게 인하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적 이유들이 겹쳐져서 한번 오른 가격은 좀처럼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나쁜 것만은 아니다 — 적당한 물가 상승의 역할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합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연간 2% 내외의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건강한 경제의 신호라고 봅니다. 왜 그럴까요?
물가가 완만하게 오르면 사람들은 "지금 사지 않으면 나중에 더 비싸진다"는 생각에 소비와 투자를 앞당깁니다. 이는 경제 활동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냅니다. 반대로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지금 안 사도 나중에 더 싸질 텐데"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소비를 미루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며, 경제 전체가 침체에 빠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본이 오랫동안 겪어온 장기 디플레이션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통제를 벗어나 급격히 올라가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짜장면이 오늘 8,000원이었다가 내일 16,000원이 된다면, 돈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손해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돈 대신 금이나 부동산, 달러 같은 실물 자산으로 재산을 옮기려 하고, 화폐 시스템 자체가 신뢰를 잃게 됩니다.
결국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 변화는 단순한 음식값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속에는 통화 정책, 생산 비용, 소비 심리, 그리고 경제 성장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500원짜리 짜장면은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그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며, 그 안에 담긴 경제의 원리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